지난 2008년 10월 5일, 도쿄의 아키하바라 UDX에서 아스키 미디어웍스가 주최한 행사인 ‘전격문고 창간 15주년 가을의 제전(電撃文庫 創刊15周年 秋の祭典)’ 이 열렸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격문고에 대한 소개와 함께, 행사 당일에 보여졌던 광경을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하여 사진의 일부분을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 이 글에 사용된 사진은 정식으로 프레스 등록 후 촬영한 것임을 밝힙니다.
* 이 글에서 사용된 이름이나 지명은 가장 현지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형태로 살렸습니다.
우수한 원작은 미디어 믹스의 '핵심'
하나의 작품을 게임, 애니메이션, 소설, 음악,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개하면서 소비자(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오타쿠)를 공략하는 미디어 믹스(Media Mix). 이 미디어 믹스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이다. 이 미디어 믹스의 실례를 보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1) A 출판사에서 제법 괜찮은 소설이 출간되어 백만부 단위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다.
2) A 출판사에서 직접 발행하는 잡지 B를 통해 해당 소설의 애니메이션화 정보가 공개된다. 이후 잡지 B는 애니메이션이 실제로 방영되기 전의 몇 개월동안 해당 정보를 조금씩 공개한다.
3) 동시에 해당 소설의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만화가 잡지 B에 연재되기 시작한다.
4) 애니메이션에 출연하는 성우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라디오가 2주에 한 번 꼴로 갱신되면서 각종 정보를 전한다(현지에서는 웹 라디오라는 표현을 사용)
5) 드디어 애니메이션 1화가 방영된다. 중간에 흐르는 광고에서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한정판 DVD를 예약하라는 광고와, 각종 OST의 광고가 흐른다. 물론 이런 정보는 다음달에 발간되는 잡지 B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개된다.
6) 애니메이션의 오프닝과 엔딩을 담은 싱글 CD가 발매된다. 토라노아나, 아니메이트 등 각종 전문점에서는 자질구레한 특전을 끼워준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7) 애니메이션 방영이 중반에 접어든다. 이제는 중간 광고에서 해당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 광고가 흐른다. 이러한 정보 역시 잡지 B를 통해 조금씩 공개된다.
8) 애니메이션 방영이 종료된지 한 달 후에 게임이 발매된다. 동시에 각종 캐릭터 상품들도 토라노아나, 아니메이트 등 각종 전문점을 통해 발매된다.
9) 애니메이션 방영이 종료된지 1년여가 지나, 해당 소설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이 발표된다. (이하 생략)

▲ 인터넷 라디오를 통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좋게 말하면 지극히 치밀하며 나쁘게 말하면 지극히 상업적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한 작품의 생명력을 오랜 시간동안 유지하면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런 방법들은 지난 10여 년간 갖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립된 최적의 ‘빌드 오더’ 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미디어 믹스가 성공하려면 가장 험난한 장애물 하나를 넘어야 한다. 바로 ‘괜찮은 원작(=팔릴만한 원작)’ 이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해도 원작 소설이나 만화의 퀄리티가 형편없으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즉, 다시 말해 높은 퀄리티의 원작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그렇다면 라이트 노벨에서 이러한 원작을 가장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중 하나로, 지난 1993년 6월부터 일본에서 발행되고 있는 ‘전격문고’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전격문고(電擊文庫)는 주식회사 아스키 미디어웍스(株式会社アスキー・メディアワークス)에서 발행하고 있는 각종 라이트 노벨의 브랜드명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키노의 여행(キノの旅)’, ‘도서관 전쟁(図書館戦争)’,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乃木坂春香の秘密)’ 등의 원작 소설 역시 전격문고에서 간행되었다. 전격문고의 소설들은 한국에도 상당 수 애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설 원작에서 파생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 게임들을 한국에서도 많이 소비하고 있다.

▲ 전격문고에서 간행된 인기소설 ‘키노의 여행’
본래, 초기 전격문고는 일본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카도카와 쇼텐(角川書店)의 자회사인 미디어웍스에서 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4월 1일부로 IT 전문 미디어인 아스키(ASCII, 지난 기사 참조)와 미디어웍스가 합병하여 아스키 미디어웍스가 출범한 이후에는 간행되거나 출판된 소설들은 ‘아스키 미디어웍스’ 의 이름을 달고 있다. 물론 아스키 미디어웍스는 카도카와 쇼텐 계열사다.

▲ 현재 전격문고는 '아스키 미디어웍스'에서 간행되고 있다.
전격문고는 15년 이상 다양한 라이트 노벨을 출간해 온 동시에, 간행된 라이트 노벨의 미디어 믹스가 활발하다는 것을 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각 분기별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은 전격문고에서 간행된 라이트 노벨이 원작인 경우가 많다. 이는 그만큼 전격문고의 작품 풀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이 전격문고는 매년 한 차례씩 각종 전시회는 물론, 작가 사인회와 물품 판매, 무대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내용에 비해 입장료는 전혀 없으므로 많은 구경꾼이 몰리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올해는 전격문고가 창간된지 15주년을 맞아 한층 더 다양한 행사가 열린 탓에 작년의 배 이상으로 방문자들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처럼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은(!) ‘전격문고 창간 15주년 가을의 제전(이하 ‘가을의 제전’)’ 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행사는 지난 2008년 10월 5일, 도쿄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아키하바라 UDX에서 10시부터 18시까지 진행되었다. 생생한 현장 사진과 함께 당일 열렸던 행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장사진'을 이뤄
가을의 제전이 열린 행사장인 아키하바라 UDX는 JR 아키하바라 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으며, 지상 22층, 지하 3층의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건물이다. 업무용 사무실 뿐만 아니라 전시관과 영화관들까지 갖추고 있는 다목적 시설이다.
이곳은 특히 아키하바라답게(?) 건물 4층에 도쿄 애니메이션 센터(Tokyo Animation Center)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도쿄 애니메이션 센터는 1년 내내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전시가 이뤄진다. 이번 '가을의 제전'도 4층 도쿄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열렸다.

▲ 지상 22층, 지하 3층의 거대한 건물, '아키하바라 UDX'
아키하바라 UDX 옥외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에서는 2층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열리는 행사 광경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이 특설 무대에서 열리는 행사들은 사전에 응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었다. 때문에 추첨에서 떨어졌거나, 아키하바라 UDX로 발걸음을 옮기던 많은 사람들이 행사 광경을 멀티비전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 특설 무대 실황을 옥외 멀티비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겨 행사장 중 한 곳인 아키하바라 UDX 2층으로 항햐자 많은 사람들이 건물 바깥에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다름아닌 전격문고 발매 15주년을 기념하여 행사장에서만 판매하는 각종 기념품을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설 때면 항상 약속처럼 등장하는, ‘여기가 줄의 맨 마지막입니다(最後尾)’ 라는 팻말이 어김없이 등장했음은 물론이다.

▲ 기념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건물 앞에서도 보였다.
이러한 기념품들의 종류는 각종 일러스트집과 트레이딩 카드, 15주년 기념 티셔츠, 스티커 등 매우 다양했다. ‘기념’ 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악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 보통인데,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특히 15주년 기념 트레이딩 카드의 경우, '100엔'이라는 보기 드문 저렴한 가격도 한 몫을 해 싹쓸이하다시피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행사 시작 3시간만에 동이 나 버렸다.

▲ 당일 행사장에서 판매한 물품들의 목록. '트레이딩 카드'는 동이 나 버렸다.
발걸음을 옮겨 반대쪽으로 돌아가자 더 많은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천장을 타고 올라가며 설치된 전광판에 연신 각종 캐릭터들이 비춰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입장 무료’ 라는 문구를 연신 비추면서, 사전에 이 행사를 알고 찾아온 사람들은 물론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유혹하고 있었다.

▲ 전광판에 연신 비치고 있던 문구, ‘입장 무료’
아래 사진은 전격문고 창간 15주년을 기념하여 아스키 미디어웍스의 관계사에서 보내온 화환을 찍은 것이다. 아무래도 전격문고가 종이 매체인 만큼 각종 인쇄 업체의 화환 이외에도, 미디어 믹스와 관계 있는 기업에서 보내온 화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일본의 서브 컬처에서 전격문고 내지는 아스키 미디어웍스가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다양한 기업에서 보내온 무수한 화환들 모습
화환 근처에는 전격문고에서 그동안 출간된 라이트 노벨들을 모두 모아 전시한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이 곳에 전시된 소설들은 모두 실물이며, 많은 사람들이 전시대 앞에 서서 자유롭게 전시된 문고들을 꺼내서 읽고 있었다.
“저렇게 책을 전시해 놓으면 집어가는 사람들이 생기는 건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가질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절묘한 위치에 스태프들이 배치되어 있는데다 주위에 보는 눈(다른 관람객)들이 많은지라 그런 비양심적인 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 전격문고에서 출간된 작품들을 모두 전시한 코너 모습
앞서 전격문고의 강점이 강력한 미디어 믹스에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소설 전시 코너 옆에는 어김없이 원작소설에 기반을 둔 각종 게임의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게임 역시 전격문고에서 출간된 작품인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乃木坂春香の秘密)’ 을 원작으로 한 PS2용 게임이다. 이 게임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히로인인 노기자카 하루카(乃木坂春香)가 코스프레를 좋아한다는 설정에 착안해, 각종 등장인물들에게 여러가지 복장을 입힐 수 있는 게임이다.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9월까지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바 있는데,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이 종영될 즈음에 발매되었다. 그야말로 ‘노렸다’ 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타이밍이다.

▲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을 원작으로 한 PS2용 게임의 한 장면
그 옆에는 닌텐도 DS용 게임인 ‘전격학원RPG 크로스 오브 비너스 4(電撃学園RPG Cross of Venus)’ 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게임은 그동안 전격문고에서 간행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전격학원’ 이라는 가상의 무대에 모두 등장하는 RPG 게임이다.
‘오늘부터 예약 개시’ 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 게임을 체험한 사람들로 하여금 지척에 있는 소프맙(Sofmap)이나 아니메이트(Animate), 토라노아나(とらのあな)등의 전문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전격학원’처럼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한 게임에 모으는 일은 라이센스나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한정된 범위에서 배포하는 동인 계열의 게임이나 소설 등의 작품이라면 ‘2차 창작’ 이라는 이름 아래 그럭저럭 어느 선에서 묵인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어떤 일을 벌이고자 하면 그 순간부터 여러가지 난관이 닥쳐온다.

▲ ‘전격학원RPG 크로스 오브 비너스 4’ 의 체험 코너
각종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수퍼 로봇들만 모아 놓은 거대 시리즈인 ‘수퍼로봇대전’ 시리즈를 보면 끔찍할 정도로 긴 저작권 리스트가 등장하는데, 이 수퍼로봇대전 시리즈에도 여러 문제로 등장하지 못한 수퍼 로봇이 있다는 사실이 그 험난함을 반증한다.
비록 자사 작품의 캐릭터에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RPG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격문고, 혹은 아스키 미디어웍스와 카도카와 쇼텐의 저력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아래 사진은 건물 외부의 멀티비전으로 중계되던 특설 무대를 찍은 것이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이벤트가 끝나고 다음 이벤트를 준비하던 막간이었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 각종 애니메이션의 홍보 동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전격문고가 원작이다.

▲ 행사장 2층에 마련된 특설 무대
하지만 얼핏 평화로웠던(?) 무대도, 이벤트가 시작되면 그 분위기를 180도 달라진다. 특히나 유명 성우라도 등장하면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한다.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연상했던 이미지를 현실화시켜준 성우들의 등장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
아래 사진은 당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되던 ‘작안의 샤나(灼眼のシャナ)’ 라는 작품의 이벤트로, 주인공인 샤나(シャナ)의 성우를 맡은 쿠기미야 리에(釘宮理恵)씨와 사카이 유우지(坂井悠二)역을 맡은 히노 사토시(日野聡)씨, 원작자인 타카하시 야시치로(高橋 弥七郎)씨와 삽화를 그린 이토 노이지(いとうのいぢ)씨가 무대에 등장했다. 사진 중앙에 비친 사람은 성우 히노 사토시씨.

▲ ‘작안의 샤나’ 관련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설 무대 오른쪽에는 행사 기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배포하는 팜플렛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스탬프를 두 개 찍을 수 있었는데, 이 곳에서 찍을 수 있는 스탬프는 누구나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개의 스탬프는 행사장 4층에 마련된 카페에 입장해서 음료를 주문한 다음에야 찍을 수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 '팜플렛'에 기념 스탬프를 찍는 관람객
아래에 보이는 것이 팜플렛에 찍힌 스탬프이다. ‘키노의 여행’ 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키노(キノ), ‘작안의 샤나’ 에 등장하는 샤나, ‘늑대와 향신료(狼と香辛料)’ 에 등장하는 호로(ホロ)의 일러스트는 물론, 행사가 열린 날짜가 같이 찍혀 있다.

▲ 행사 당일 무료로 찍은 '기념 스탬프'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공간에는 아래 사진처럼, 당일 행사장 4층에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들의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상영작들은 ‘늑대와 향신료’, ‘도서관전쟁’,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앨리슨과 리리아(アリソンとリリア)’ 등 올해 방영되었던 작품들이다.
이 역시 입장하는데 돈을 받지 않아서, 해당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혹은 ‘보고 또 보는’ 열성 팬들로 만원(滿員)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행사장에 준비된 각종 순서들은 늘 이처럼 팬들의 열띤 성원속에 진행되었다.

▲ 행사장 4층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들의 시간표
이러한 행사에 빠질 수 없는 것들이 바로 홍보 도우미들인데, 이 날도 역시 각종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장을 입은 도우미들이 홍보물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이들 도우미들은 관람객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응해 주어 인기가 높았다. 아래 사진은 ‘박살천사 도쿠로짱(撲殺天使ドクロちゃん)’ 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도쿠로(ドクロ)’ 의 복장을 입은 도우미를 찍은 것이다.

▲ 행사장 2층에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난 홍보 도우미
특설 무대의 반대쪽에는 각종 기념품 판매대와 추첨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격문고 창간 15주년 가을의 제전 대추첨회’ 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 추첨행사는, 추첨권을 현장에 가져온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이 추첨행사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사인이 들어간 색지 등 귀중한 경품을 받을 수 있는데다, ‘꽝’ 이 없었다. 참가하면 무엇이든 하나는 공짜로 받아 올 수 있는 행사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많은 인기를 모았던 추첨행사 현장
이 추첨권은 아스키 미디어웍스에서 두 달 간격으로 발행하는 전격문고 정보지인 ‘전격문고 매거진(電撃文庫MAGAZINE) Vol.2’ 나 각 단행본 사이에 들어있는 광고지인 ‘전격 통조림(電撃の缶詰)’ 에 붙어 있었다.
즉, 추첨권을 구하려면 전격문고 매거진을 구입하거나, 전격문고에서 발행되는 소설을 사야 하므로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공짜는 아닌 셈이다. 실제로 행사를 1주일 앞둔 아키하바라에서, 응모권이 들어 있는 소설을 10권 이상 사재기하는 사람을 본 바 있다.

▲ 행사 공식 웹 사이트에 게재된 추첨권의 견본 이미지
하지만 경품의 내역을 보면 사재기에 나서는 사람들의 심리도 일견 이해가 간다. 아래 사진은 행사장에 있던 추첨행사 안내판을 찍은 것인데, 팬에게는 의미가 각별할 품목들이 가득했다.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사인한 색지를 15명(1등), 마찬가지로 사인이 들어간 플레이트를 200명(2등), 지난 2007년에 있었던 행사에서 배포했던 포스터를 300명(3등), 전격문고에서 간행된 모든 작품들이 수록된 ‘전격문고 종합 목록’ 을 천 명에게(4등) 준다는 내용이다.
비록 확률은 낮을지 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친필 사인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 행사장에 설치되어 있던 '추첨행사 안내판'
미리 준비해온 추첨권을 스태프에게 내면 추첨권의 매수만큼 아래 사진의 통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 장을 가져 왔다면 한 번, 열 장을 가져 왔다면 열 번(!)이다.
통을 돌려서 나온 구슬의 색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경품이 달라지며, 3등 이상의 경품을 뽑으면 스태프가 딸랑딸랑 종을 치며 축하해준다. 실제로 취재하는 동안에도 이 요란한 종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는데, 건너편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종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 이 통을 돌려서 나온 구슬에 따라 경품이 달라졌다.
작가들의 사상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
2층 행사장의 취재를 마치고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4층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4층 행사장은 도쿄 애니메이션 센터로, 지난 9월 23일부터 오는 10월 19일까지 ‘전격문고 갤러리(電撃文庫ギャラリー)’ 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전격문고 창간 15주년을 축하하는 친필 메시지, 만화화된 작품들의 원화를 공개하고 있다. 이 전시회 역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4층의 안내판. ‘전격문고 갤러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실제로 전시실로 들어가 보았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것이 바로 전격문고에서 간행된 만화 단행본의 원화들이다. 이 만화들의 원작 역시 전격문고에서 간행된 소설들이며, 이 곳에 전시된 원화들은 아스키 미디어웍스에서 발매하는 각종 만화잡지들에 실제로 쓰인 원화들이다.

▲ 전격문고에서 간행된 만화 단행본의 원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림잡아서 20개 정도의 원화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든 원화를 소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서 아래의 원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아래의 원화는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イリヤの空、UFOの夏)’ 의 만화 버전이다.
이 작품은 아키야마 미즈히토(秋山瑞人)가 지난 2001년에 발표하기 시작해 총 4권으로 완결되었으며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판된 바 있다. 사진을 보면 원작자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와 연재 잡지 등 상세한 정보가 적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만화판 원화
각종 원화가 전시된 오른쪽에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해 놓은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작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자신이 찍은 사진들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다. 아래 보이는 사진들은 ‘키노의 여행’, ‘앨리슨(アリソン)’, ‘리리아와 트레이즈’ 등을 집필한 작가인 시구사와 케이이치(時雨沢恵一)씨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 여러 작가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편, 이 전시장에는 독자들이 직접 참여한 전시물들도 눈에 띄었다. 아래 사진들은 독자들이 전격문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직접 엽서에 그려서 보낸 것들중 심사를 통해 우수한 작품들을 골라 전시해 놓은 것이다. 그림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살펴보면 독자들이 어떤 작품들을 좋아하고, 어느 작품이 인기 있는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 독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전시해 놓은 코너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문장 중 그 작품을 대표하는 캐치 프레이즈(Catch Phrase)가 될만한 문장들을 독자들이 직접 골라서 보낸 것들을 전시해 놓은 것도 있었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골라낸 다양한 구절들을 둘러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코너였다. 개중에는 허를 찌르는 문구들도 제법 있어서 관람객들의 즐거움을 더한다.

▲ 독자들이 뽑은 '캐치 프레이즈'를 전시해 놓은 코너
전시장 한 켠에는 전격문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과 각종 캐릭터 상품이 전시되었다. 최근 일본 현지에서 방영을 시작한 ‘토라도라!(とらドラ!)’ 관련 상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래에는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을 원작으로 한 게임을 비롯해 닌텐도DS, PS2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전격문고에서는 닌텐도DS를 통해 한쪽 화면으로는 삽화, 한쪽 화면으로는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전격DS문고’ 라는 특이한 형태의 전자소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 전시장 한 켠에 전시된 각종 캐릭터 상품과 게임들.
이런 전시장에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 또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터넷 라디오 공개 녹음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스튜디오에 성우들이 직접 나와서 녹음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행사이지만, 성우 마니아들에게는 이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은 행사이다. 이 행사 역시 사전에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사진은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관련 인터넷 라디오 공개 녹음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찍은 것이다. 진행자인 고토 마이(後藤麻衣, 성우)씨 이외에 게스트로 나바타메 히토미(生天目仁美, 성우)씨가 방송에 참여했다.

▲ 인터넷 라디오 공개 녹음에 참여한 방청객들의 모습
인터넷 라디오 공개 녹음이 이루어지는 반대편에서는 유명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사인 행사가 있었다. 행사장인 아키하바라 UDX 이외에도 게이머즈, 토라노아나 등 총 다섯 군데에서 사인 행사가 있었는데, 아키하바라 UDX에서는 총 15개의 사인 행사 중 네 개의 사인 행사를 소화했다. 이 사인 행사 역시 사전에 배포된 참가권을 가지고 있어야 참가가 가능하다.
참가권은 아키하바라의 여러 전문점에서 지난 9월 초순부터 배포되었는데, 대부분 전격문고의 특정 상품을 구입해야 받을 수 있어 경쟁이 치열했다. 관계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일부 작품의 경우 아침 첫 차를 타고 가는 것도 모자라, 전날 저녁부터 해당 전문점 앞에서 꼬박 밤을 샌 극성파들도 있었다 한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이 바로 사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참가권이다. 해당 작품과 시간, 장소가 적혀 있고 일련 번호까지 매겨졌다.

▲ 사인 행사에 필요한 참가권.
아키하바라 UDX에서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사인 행사가 있었는데, 행사가 시작되기 15분 전부터 담당 스태프들이 참가자들의 줄을 세운다. 15분이라는 시간이 상당히 길게 느껴질 것 같지만, 실제로 서 있어 보면 또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다. 사진은 오후 3시부터 열린 사인회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다.

▲ 사인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
전시장 바깥에서는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전격문고 창간 15주년 창간을 축하하는 친필 메시지나 일러스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보낸 메시지가 있는지 찾아보는 사람들로 좁은 통로가 매우 붐볐다. 개중에는 멀쩡히 자기 작품을 놔 두고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그려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소를 머금게 한 일러스트레이터도 있었다.

▲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보낸 15주년 축하 메시지
이번에 열린 행사장 4층에서는 ‘전격문고 카페’ 가 개설되었다. 이 카페는 전격문고의 각종 작품들을 모티브로 한 음료와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음식값이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 안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해야만 나머지 기념 스탬프(위 참조)를 찍을 수 있으므로, 많은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울러 전격문고 카페에서 주문을 받는 웨이트리스들은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 ‘전격문고 카페’ 의 메뉴판. 기념 스탬프를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한다.
행사장 4층에도 2층과 마찬가지로 홍보 도우미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아래 사진은 ‘노기자카 하루카’ 와 ‘샤나’ 의 코스프레를 한 도우미들을 찍은 것이다.

▲ 행사장 4층에도 코스프레를 한 도우미들이 존재했다.
전격문고 창간15주년 '가을의 제전'
과거 일본, 혹은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는 책들을 보면 빠짐없이 ‘책읽는 일본인’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누군가는 ‘아무리 일본인들을 욕하더라도 책 읽는 습관은 배워야 한다’ 고 까지 썼다. 하지만 10년 전이라면 그 말이 맞았을지 몰라도, 21세기에 접어 든 지금은 그 말이 100% 맞다고 하기 힘들다. 물론 책을 읽기는 읽는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전철이나 열차를 타보면 휴대전화로 메일을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이 30%, 3분의 1, 닌텐도 DS나 PSP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 30%,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잠을 자는 사람이 5%, 멍하니 있는 사람들이 10%,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10% 정도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고작 10% 정도이다. 그나마도 늦은 저녁에 열차를 타면 책 읽는 사람들을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의 출판 시장은 해가 가면 갈수록 버티기 힘들어진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특정 분야를 다루는 전문지나 만화잡지들의 상황은 더욱 더 절망적이다. 한때 600만부를 판매했던 만화 잡지가 폐간하는가 하면, PC 잡지등의 전문지들도 하나 둘씩 ‘휴간(사실상의 폐간)’ 하며 역사의 막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전격문고를 시작으로 한 각종 라이트 노벨류 내지는 만화, 애니메이션 잡지들은 잘 팔리면 잘 팔렸지 안 팔리지는 않는 듯 하다. 전격문고의 경우 100만부가 넘게 팔린 작품은 물론, 천만부 이상 팔린 작품도 존재하는 등 그 기세는 여전하다. 미디어 기업에서 발행하는 문고의 브랜드 하나 만으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동시에, 양극화의 또 다른 면을 본 듯 하다.